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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일상의 공간, 국내 영화 촬영지 따라잡기

by mintyleap 2025. 5. 16.

    [ 목차 ]

한국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자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공간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의 명장면들이 탄생한 국내 촬영지를 중심으로, 영화의 감동을 직접 걷고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스크린을 뚫고 나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영화의 공간들을 따라가 보자.

영화 같은 일상의 공간, 국내 영화 촬영지 따라잡기
영화 같은 일상의 공간, 국내 영화 촬영지 따라잡기

영화 리틀 포레스트 (진짜 쉼이 있는 경북 군위의 사계절)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 속에서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고 조용한 이야기 속에서도 따뜻한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특히 촬영지였던 경북 군위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속 계절은 모두 군위에서 촬영되었으며,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 다큐멘터리이자 힐링 여행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다.

군위군 우보면 산골짜기에 위치한 촬영지는 혜원이 지내던 집과 텃밭, 논, 개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봄에는 새싹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작열하는 녹음과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가 전해지며,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이, 겨울에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삶의 본질이 묻어난다. 인상적인 공간은 텃밭과 주변 산책길이다. 촬영 당시 혜원이 손수 키우던 작물들과 직접 지은 음식들이 나왔던 장면이 이곳에서 연출되었다. 지금도 텃밭은 계절에 따라 간단한 작물이 심겨 있고, 방문객들은 그 풍경을 보며 영화 속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키운다는 행위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이 공간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군위는 영화 외에도 사찰과 고택, 자연생태공원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하루 정도 여유를 두고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기에 알맞은 장소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군위는 가장 평화롭고 진솔한 목적지가 되어줄 것이다.

 

영화 기생충 - 현실과 은유가 교차하는 서울 자하문과 기택의 반지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으로,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의 촬영지는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구성되었으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구조와 분위기를 세심하게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장소는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과, 영화 후반부 중요한 장면들이 벌어지는 자하문 터널 근처이다.

기택 가족의 반지하 세트는 실제 동작구의 한 오래된 동네를 모델로 세운 세트장이지만, 그 주변 분위기와 유사한 지역은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종로구 창신동, 성북구 장위동 등은 오래된 주거지와 좁은 골목이 공존하며 영화 속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관객이 아닌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그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또 다른 주요 촬영지는 서울 자하문 터널이다. 영화 속에서 기정이 다치고 가족이 어두운 밤 터널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위태롭고 쓸쓸한 정서를 강하게 남긴다. 이 자하문 터널은 실제로는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평범한 도로지만, 영화 이후로는 감성적인 포토스팟으로 주목받고 있다. 낮에 방문하면 일상의 서울을 마주하게 되고, 밤에는 가로등 아래 조용히 걷는 느낌이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기생충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러한 현실의 공간들을 통해 관객의 삶에 침투하는 데 있다. 너무나 익숙한 골목과 집, 가게들이 상징적 의미로 탈바꿈하며,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단지 유명한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숨겨진 층위와 맥락을 함께 되새기는 산책을 추천한다.

 

영화 건축학개론 (추억이 머무는 제주 서귀포와 서울 성북동)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공간의 정서적 기억을 이야기의 중심에 둔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시대는 그에 걸맞은 촬영지에서 구현되었다. 특히 제주 서귀포와 서울 성북동은 과거와 현재를 대변하는 주요 배경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으며 영화의 여운을 다시금 곱씹는다.

먼저 과거 장면의 주요 무대였던 제주 서귀포는 낡고 소박한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다. 승민과 서연이 함께 걸었던 산책길, 바닷가,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언덕 위의 집은 모두 서귀포의 조용한 동네에서 촬영되었다. 이 지역은 관광지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으로,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만큼 더욱 정감 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조용한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내가 승민이 되고 서연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한편 현재의 승민이 건축사로 일하며 다시 마주하는 공간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 속 오묘한 정취가 살아 있는 동네로, 북악산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주택가와 세련된 현대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영화 속 리노베이션 대상이 되었던 집의 분위기는 성북동 일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 양식으로, 도시재생이라는 화두와도 연결된다.

성북동은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동네이다. 북정마을을 지나 성북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영화 속 분위기에 녹아들게 된다. 거기에는 영화적 연출 이상의 감성이 깃들어 있으며, 관객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자극하는 힘이 있다. 건축학개론의 공간은 단지 배경이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감정의 중심축이었기에, 그 촬영지를 따라 걷는 일은 곧 영화 속 감정을 천천히 다시 짚어가는 일이 된다.

 

이처럼 국내 영화 촬영지를 따라가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하나의 감정 체험이자 서사적 산책이 된다. 영화 속 이야기와 감정이 머물렀던 그 공간들을 직접 걸어보며, 우리의 일상도 한 편의 영화처럼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껴보자.